2024년 4월 ~ 6월, 동그라미재단에서 주최하는 혁신가 양성 프로그램 TEU (Tide Envision University) MED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기술로 의료 및 헬스케어 난제를 해결하는 이 과정에서, 저는 전자공학도 ‘네오’로서 의대 교수님, 사회적 기업 CEO 등 각 분야의 시니어 전문가분들과 한 팀(6조)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 팀이 주목한 문제는 바로 ‘중장년층 여성의 갱년기 우울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스마트 미러 ‘HY-GIEIA(하이지아)’를 제안했습니다. 오늘은 그 치열했던 고민의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거울 앞에서 무너지는 자존감
통계에 따르면 50대 여성의 68%가 우울감을 경험합니다. 이는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급격한 호르몬 변화, 자녀의 독립(빈 둥지 증후군)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저희 팀은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외모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거울’이라는 매개체에 주목했습니다.
[그림 1: 갱년기 우울증의 부정적 굴레]

자신의 변화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거울을 더 자주 보게 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노화된 모습은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것이 우울증의 악순환 고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백설공주의 왕비는 왜 거울을 보며 괴로워했을까요?”
저희는 이 질문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기존의 거울은 외면만 비추며 외모지상주의적 스트레스를 줍니다. 만약 거울이 외면이 아닌 ‘내면의 가치’를 비춰주고, 사용자의 마음에 ‘공감’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2. 쓸모없는 정보 대신 ‘공감’을 건네는 거울
시중에도 ‘스마트 미러’는 많습니다. 하지만 날씨, 뉴스 등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한 정보를 거울에 띄우는 것만으로는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없었고, 시장은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팀이 제안한 HY-GIEIA는 정보 전달 기기가 아닙니다. 사용자의 정서적 건강을 케어하는 ‘반려(Companion) 디바이스’입니다. 핵심 가치는 공감, 소통, 그리고 자존감 회복입니다.
HY-GIEIA의 핵심 기능
- AI 대화 상대 (Persona): 사용자가 원하는 모습의 AI 아바타가 거울 속에 나타나 친구처럼 일상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 멀티모달 데이터 분석: 단순히 말의 내용만 듣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표정(안면 근육), 목소리 톤, 심장 박동 등 비언어적 신호를 복합적으로 분석해 진짜 감정 상태를 파악합니다.
- 맞춤형 솔루션 & 진단: 우울할 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거나 조명을 조절해 환경을 바꿔줍니다. 만약 심각한 우울증 징후가 지속해서 포착되면, 전문 의료 기관과의 연계를 제안하여 골든타임을 지킵니다.
3. Multi-modal AI의 공감
공학도로서 제가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어떻게 기계가 인간에게 진정성 있는 공감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구현의 문제였습니다.
경쟁사 제품들은 대부분 카메라 하나(Mono Channel)에 의존하거나, 앱 연동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HY-GIEIA는 기술적 우위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 Multi-modal Sensing: 카메라를 통한 안면 미세 근육 움직임 감지, 비접촉 레이더 센서(또는 웨어러블 연동)를 통한 심박수 측정, 마이크를 통한 음성 데이터 수집 등 다채널 신호(Signal)를 융합합니다.
- Raw Data 기반의 심층 분석: 가공된 2차 데이터가 아닌, 멀티모달 Raw Data를 확보하고 자체적인 감정 분석 AI 모델을 통해 사용자의 상태를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합니다.
단순히 “오늘 슬퍼 보이시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떨리는 목소리와 미세한 표정 변화, 빨라진 심박수를 종합하여 “괜찮은 척하지만 지금 많이 힘드시군요”라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AI, 그것이 HY-GIEIA의 기술적 지향점입니다.
4. 전 인류의 우울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저희의 시작은 갱년기 여성을 위한 하드웨어(스마트 미러)였지만, 비전은 거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림 2: 비전]

- 대상 확장: 중장년층 여성을 넘어, 정서적 케어가 필요한 전 연령층으로 타겟을 확장합니다.
- 서비스 확장 (SaaS):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미러라는 하드웨어를 넘어, 스마트폰, 스마트 TV, 자동차 등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는 모든 기기에 탑재 가능한 ‘멀티모듈 AI 정서 케어 소프트웨어’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청년 공학도의 패기와 시니어 전문가들의 연륜이 만나 탄생한 HY-GIEIA(건강의 여신). 기술이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따뜻한 감성으로 인간을 보듬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외로움과 우울감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저희의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